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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미국

뉴멕시코 여행기 (Day 2-1 앨버커키)

by 여행자슬이 2020. 10. 14.

2018년 3월 11일 일요일

 

앨버커키에서의 첫 번째 아침이 밝았다.

새벽에 가랑비가 내리는 것 같더니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따뜻할 줄 알고 챙겨 온 봄 옷들이 머쓱해질 정도다.

이건 내 머릿속에 있던 시나리오가 아니다.

 

여행은 예정에 없던 계획 변동과의 싸움이다. 

인생도 그렇다. 모든 것이 내가 생각한 대로 그리고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호텔 안에만 갇혀있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바쁘게 몸을 움직여본다.

 

앨버커키는 뉴멕시코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놀랍게도 뉴멕시코 주도는 앨버커키가 아니고 산타페이다.

사람들이 전부 입을 모아 산타페를 갈 거면 올드타운은 볼 필요가 없을 거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앨버커키의 명물 올드타운으로 향해본다.

 

앨버커키 올드타운

 

도착한 앨버커키의 올드타운은 내가 열심히 들여다보던 여행책자 속에서의 뉴멕시코 모습이 조금 보이는 듯했다.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길가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뉴멕시코 여행 책자에서 자주보던 풍경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옐프에서 맛집이라고 추천하는 뉴멕시코식 식당에 들어가서 아점을 먹기로 했다.

식당 앞에서 예쁜 고양이가 여기라고 반겨주고 있다.

식당은 앨버커키 나름의 유명 관광지 맛집답게 뉴멕시코 정서가 물씬 풍겨졌다. 테이블도 타일로 예쁘게 꾸며져 있었고, 식당 벽면 곳곳도 장식품으로 가득하다.

 

식당 앞에서 만난 고냥씨

 

뉴멕시코 여행기를 찾아보면 알겠지만 모든 여행기 사진들이 크리스마스 소스 + 엔칠라다로 가득하다.

말 그대로 이거 안 먹으면 뉴멕시코 온 게 아니다.

크리스마스 소소는 색에서 벌써 눈치챘듯이 소스가 빨간 + 초록 조합이라 그렇게 불린다고 한다.

그리고 진정한 뉴멕시코 인이라면 크리스마스 소스로 먹는다고 하니 여행자 된 도리로 그렇게 시켜본다.

그리고 입맛에 안 맞을 시를 대비해, 멕시코 음식 중 최애 음식인 과콰몰리 앤 칩스를 사이드로 시켰다.

 

크리스마스 소스를 뿌린 엔칠라다 그리고 과콰몰리 앤 칩스

 

사실 콩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베이크 빈은 더더욱이 좋아하지 않지만,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것은 항상 즐겁다.

평소에 뉴욕에서 먹던 치폴레랑은 또 다른 맛이다.

그래도 베이크 빈은 싫으니 반쯤 남겨본다.

 

식사를 끝마치고 나와서 본격적으로 올드타운 투어에 나서보려 하는데 식당 앞에서 만났던 고양이가 따라오며 길 안내를 한다.

따라갔더니 기념품 가게들이 입점해있는 플라자가 나온다. 호객꾼이었던 건가....?

호객꾼에게 속는 샘 치고 가게 구경도 해보고 디저트도 사 먹어본다.

 

호객꾼 고냥씨
알고보니 꽤나 유명한 플라자였다

 

디저트 가게

그리고 플라자를 지나 걷다 보면 올드타운 내에 유명 교회인 산 펠리페 네 리 교회가 보인다.

일요일인지라 어도비 형식의 멋스러운 교회에서 서비스가 진행 중이었다.

조용히 교회 안으로 들어가 구경만 하고 나와본다.

 

산 펠리페 네 리 교회

처음 보는 어도비 양식 건물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뉴멕시코의 매력은 어도비뿐만 아니라 어도비 양식의 건물과 함께 오는 특유의 빛깔에서부터 오는 것 같다.

고층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뉴욕과는 또 다른 배력이다.

내가 알던 미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 온 듯한 착각 속에 빠져들게 된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은 건물들과 가게들을 구경하다 추운 날씨에 몸을 녹이기 위해 카페에서 밖을 보며 한 30분 멍하게 있어본다.

물론 이 또한, 내 여행 계획에 없던 거지만, 이런 여유는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추웠던 내 몸을 녹여주었던 맛차라떼

 

몸을 녹였으니 다시 한번 몸을 일으켜 움직여본다.

여행을 다닐 때 항상 들리는 곳 중 하나는 그 도시의 대표 박물관과 미술관이다. 

박물관/미술관의 규모와 유명세에 상관없이 그 여행지의 문화를 습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뜬금없이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접할 때도 있고, 또 그 도시의 대표 작가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박물관과 미술관 및 갤러리를 방문할 때, 도슨트 투어를 추천한다. 

그냥 맨 눈으로 느끼는 것도 좋지만,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이다.

 

박물관 로비에 걸려있는 작품. 각도에 따라 타일 색이 변한다. 도슨트가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몰랐을거다.

 

사실, 앨버커키 박물관에 대한 정보가 웹 상에 많이 나와있지 않아서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굉장히 알찼다.

뉴멕시코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들부터 시작해서 현재 미국 특히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 곳에서 나올 수 있는 (그리고 그때 당시 대통령님이 만리장성을 쌓을 거라고 발표하셔서 핫했던 이슈인) 국경을 해석한 작품까지... 

 

국경을 넘어오는 이들의 흔적과 그들을 위해 숨겨져 있던 물병들. 국경수비대들의 임무(?)중 하나가 숨겨져 있는 물통을 박살내는 일이라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는 이 호리병들이었다.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사망 요인이 탈수인데, 그것을 상징하는 호리병 모양 조각품이었다.

그리고 또 뉴멕시코에서 나오는 특별한 돌로 만들었다고 하니, 그 의미가 배가 되는 것 같았다.

도슨트 투어가 아니었다면 예쁜 병이구나 하고 지나갔을법한데, 듣고 나서 작품을 보니 뭔가 한 구석이 찡해지기도 했다.

생존을 위해 또 목숨을 거는 그들에게 아메리칸드림은 무엇인 걸까. 

 

아메리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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