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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미국

뉴멕시코 여행기 (Day 4-1 산타페)

by 여행자슬이 2020. 10. 16.

2018년 3월 13일 화요일

 

어젯밤 저녁을 먹고 절치부심해서 짜 놓은 산타페 여행 계획표를 손에 꼭 쥐고 호텔 프런트로 가 셔틀을 기다린다.

리조트를 빙자한 이 호텔은 산타페 시내 내에서 손님들을 위해 무료 셔틀 서비스를 해주고 있는데, 무료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만큼, 시간이 대중없다.

10분 이후에 도착하겠다는 말은 1시간 이후에 도착하겠다는 말로 받아들이면 된다.

 

산타페를 구경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Old Santa Fe Trail을 따라 걷는 방법이다.

Old Santa Fe Trail은 William Becknell라는 미주리 주 상인이 개발한 미국의 오래된 유명한 길 중 하나인데 미주리에서 시작되는 이 길의 끝은 이름에서 눈치챘듯이 산타페이다. 몸이 불편하다던가 걷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산타페 시에서 무료 셔틀을 Santa Fe Trail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적극 이용하면 된다. 평소 걷는 걸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걷는 걸 선택했다.

 

Cathedral Basilica of St. Francis of Assisi

 

가톨릭 신자이긴 하나 냉담 중인지라 성당에 들어설 때마다 굉장히 오묘한 기분이 든다.

스페인 식민지 구역이었던 산타페는 도시의 이름처럼 성스러운 성당들이 곳곳마다 위치해 있다.

아시스의 성 프란시스 성당의 경우 성당 안의 멋스러운 스테인 글라스뿐만 아니라 성당 밖에 위치한 기도길 정원 또한 아주 운치 있다.

또한, 장식이나 색채가 원주민 문화와 묘하게 섞여서 더욱 멋스럽게 느껴진다. 

비록 냉담자지만 신자인 만큼 성당에서 조심스럽게 기도를 올려본다.

'이번 여행 아무런 탈 없이 잘 마치게 해 주세요.'

 

The Stations of the Cross Prayer Garden

 

다음 목적지를 향해 길을 걷다 보니 반가운 Route 66 표지판도 나온다.

타 지역에서 동향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운 것처럼 무엇이든 내 눈에 낯익은 것들은 반갑기 마련이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쉽게 마주칠 수 있었던 걸 왜 나는 앨버커키에서 그 고생을 하며 Route 66 밟아보겠다고 추운 날씨에 한 시간 씩이나 걸었던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던 맛있는 밀크셰이크를 마실 수 있어서 다행이긴 했다만, 다시 한번 또 곱씹어 본다.

왜 그랬던 걸까?

 

Route 66

 

산타페의 길을 걷다 보면 끝없이 펼쳐진 어도비 형식의 건물들의 매력에 푹 빠져서 힘든지 모르고 걷게 되는데, 한 가지 흥미로웠던 건물은 어도비 형식으로 지어진 공영 주차장이었다. 어도비 형식으로 지어진 덕에 주위 건물들에 스며들어서 모르는 사람들은 주차장 인지도 알아치리지 못할 법했다.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 오래된 건물들과 조화롭게 섞여있는 새로운 건물들의 멋이 그 도시를 더욱 빛나게 해 주어서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있다. 한국의 서울 또한 고풍스러운 고궁들과 현대 건물들이 섞여 한국의 멋을 더욱 살린다고 생각한다. 반짝이고 높고 멋있는 건물도 좋고, 낙후지역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 도시의 그리고 그 나라의 멋을 살리는 것은 결국 오래된 것에서 비롯된다. 

 

어도비 형식의 주차장

길을 걷다보니 로레토 성당이 나온다. 

성 프란시스 성당과 달리 발전기금 명목으로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많은 성당을 다녔지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던 기억은 없었던 것 같아 찝찝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큰 돈이 아니니 내고 들어가본다.

사실 로레토 성당에서 봐야할 것은 딱 한가지다. 바로 이 계단.

 

Loretto Chapel 안의 기적의 계단

이 계단이 뭐가 그렇게 중요해서 사람들이 돈을 내고 들어오냐 반문하겠지만 자세히 보면 이 계단은 다른 계단과 다르게 이상한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중앙 기둥이 없다는 점이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원래 처음 만들어졌을때는 옆의 난간 조차 없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접착제나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기적의 계단"이다.

 

사실 건축학도가 아니라서 중앙 기둥없이 그리고 접착제나 못 하나 없이 계단을 짓는다는게 그렇게 어려운건지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그냥 그렇구나, 신기해야하는 거구나 하고 다른 관광객들 마냥 계단 앞에서 인스타그램 과시용 사진을 남겨본다.

 

"난 이런 것도 봤다."

 

 

San Miguel

산 미겔 성당은 지금까지 봐왔던 다른 성당들과는 다르게 어도비 형식에 충실한 성당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라는 산 미겔 성당은 건축 당시 원주민들의 힘을 빌어 세워진 건축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화려하지는 않고 소박한 모습의 성당이었다.

여담으로 한국 또한 대한제국 시절에 세워진 한옥식 성당이 있다고 한다.

무조건 강제적으로 자신들의 문화를 따를 것을 강요하는 것보다 원주민 문화에 융화되며 자신의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야말로 영리한 행동이다.

 

San Miguel 내부

산 미겔의 맞은편에는 그 시대 때 살았던 민가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건물이 있다.

주렁주렁 달아 말려놓은 고추 열매, 한국의 소쿠리와 똑같이 생긴 바구니, 아궁이가 생각나는 화덕...

각종 조리기구와 생활물품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네 선조들이 생각난다.

사람 사는게 어디가나 다 똑같다는게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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