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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미국

뉴멕시코 여행기 (Day 4-2 산타페)

by 여행자슬이 2020. 10. 16.

뉴멕시코의 주도답게 산타페 다운타운 끝자락에는 뉴멕시코 주청사가 자리해있다.

주청사의 경우 혼자서 구경을 하지는 못하지만, 한 시간에 한 번꼴로 청사에서 운영하는 가이드 투어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주청사 로비 천장
주청사 로비 바닥

주청사를 구경한 건 캐나다 브리티쉬 콜롬비아의 주청사 이후로 처음이었는데, 뉴멕시코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들로 벽들을 꾸며놓은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주청사를 구경하러 온 건지 아니면 박물관이나 갤러리에 들어온 건지 착각이 들만큼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주청사 투어를 마치고 이른 오전부터 계속 걸어 다녔더니 진이 다 빠져서 도저히 걸을 힘이 없어서 걷는 것 대신 결국 무료 셔틀을 선택한다.

스쿨버스처럼 생긴 셔틀버스 안은 생각보다 관광객으로 꽉꽉 차있다. 

연령층과 인종도 다양하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한 관광지답다.

 

또 다른 관광지들과는 다르게 산타페는 여유가 있는 도시이다.

아무리 날씨 좋은 관광지들도 관광객들이 바글대는 곳은 불친절 하기 마련이다.

플로리다 키웨스트가 그랬고,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가 그랬다.

하지만 산타페는 내가 운이 좋았던 건지, 일처리가 늦어서 불편했던 일은 몇 번 있었어도, 불친절한 사람은 만나질 못했다.

골목 안의 작은 카페 종업원들 조차 항상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니, 오후 관광을 하기 전에 끼니를 챙겨본다.

 

사실 산타페에서 일식을 먹을 생각은 정말 없었는데, 먹고 싶어서 점찍어놨던 식당을 찾아갔더니 하필 정기휴일...

오후에 오키프 미술관을 볼 생각으로 표도 미리 사놨었는데, 이러다가 시간이 모자라서 못 볼 것 같아 부랴부랴 근처 식당을 찾다 보니 찾은 게 일식당이었다. 사실 맛은 보이는 것처럼 깔끔한 점심 밥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 곳도 서버는 참 친절했다.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오키프 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지아 오키프 미술관

오키프의 작품들은 뉴욕에서 뿐만 아니라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이미 접한 적이 많아서 또 얼마나 새로운 작품을 알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 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미술관은 미술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꼭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로 전시가 상당히 잘되어 있었다. 그녀의 초기 작품들부터 말년 작품들까지 한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여자로서의 그녀의 일생 또한 알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누군가의 여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어야 했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네임벨류를 스스로 증명해내기까지 그녀가 견뎌내야 했던 수많은 주위의 시선들을 생각하니, 예술가로서의 오키프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오키프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또, 뉴멕시코를 여행할 당시, 뉴욕 생활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있었던 나로서는 나도 그녀처럼 뉴욕을 떠나 이 곳으로 훌쩍 이사를 오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지금도 나는 은퇴 후 살고 싶은 장소 중 단연 1순위로 꼽는 곳이 산타페이다.

 

 

밥으로 배를 채우고 미술관으로 영혼을 채운 후, 골목 어귀의 한 좁은 카페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생각해 잠겨본다.

나도 오키프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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